

Sarne
얘, 너 그렇게 숨어두 다 보여.
사르네
AGE
10
BIRTHDAY
276년 2월 28일
SEX
Female
외관
148cm. 햇빛에 그을린 피부, 그녀가 자란 곳의 한낮을 연상시키는 머리카락은 끝으로 갈수록 더욱 붉게 물든다. 최근에 자른 건지 짧게 잘린 앞머리가 특징적이며, 평소에는 긴 머리카락을 단정하게 하나로 올려 묶는 편. 위로 솟은 눈꼬리하며 새침하게 다물린 입은 흡사 고양이를 연상시키곤 한다. 얼핏 보면 마르고 호리호리해 보이는 실루엣이나, 어린 것이 뭐 그렇게 운동을 열심히 한 건지 젖살이 덜 빠진 뺨을 제하고는 달리 말랑한 구석이 없다.
목 뒤에 새겨진 코드, L765E1.
외관
난 눈이 좋거든.
그것도 엄청.

성격
사르네는 어렸을 때부터 과묵한 아이였다. 필요할 때를 제하고는 말을 길게 하는 법이 없고, 그 작은 머리통 속에 뭐가 그렇게 많이 들었는지 무어라 한 번 말하기 까지도 시간이 남들에 비하면 무척 오래 걸렸다. 좋게 말하면 신중한 것이겠지만, 그런 성향 때문에 애가 느려 터졌다고 답답해 한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내뱉는 말은 꽤 직설적이고 숨김이 없으나 이를 다른 말로 표현하면 무언가를 감출 줄 모른다는 것이다. 그것이 그녀의 아이다운 고 집과 어우러질 때면 종종 상대를 난감하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래도 전원의 사람들은 모두 사르네를 좋아했다. 마을의 유일한 아이라는 점이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면 거짓이겠지만, 사르네는 기본적으로 성실하고 모두에게 다정했기 때문이다. 새침떼기 같은 외모와는 다르게 사르네의 시선은 언제나 다른 누군가를 향해 있다. 옆집의 마리아 언니, 앞집의 티티 할머니, 생업을 위해 하루종일 뜨거운 불 앞에 앉아있는 어른들…. 사르네는 그들 전부가 무엇을 하는지, 오늘의 기분은 어떤지 알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한다. 그리고 보잘 것 없는 솜씨로 만든 유리 장미를 선물하며 기운 내라는 한 마디를 남긴다. 그것이 바로 사르네의 다정함이다.
전원에 대하여
사르네가 나고 자란 곳은 사막입니다. ‘통갈릭’이라 불리는 오아시스를 중앙에 두고 현재 45가구가 자리해있으며, 당연하게도 사르네를 제외한 아이는 없습니다. 대체로 건조하고 뜨거운 날씨를 유지하기 때문에 밖으로 나갈 때면 뜨거운 햇빛에 피부가 지나치게 타는 것을 막고, 물어오는 모래바람이 입이나 코로 들어가지 않도록 촘촘하게 짜여진 천으로 얼굴을 보호합니다.
전원의 사람들은 염소와 쌍봉 낙타, 그리고 양을 기르며 그들에게서 고기와 우유를 얻습니다. 특히 낙타는 이동 수단으로도 종종 쓰이기 때문에 전원 사람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가축으로 간주됩니다. 오아시스 근처에는 작은 밀밭이 있어 사막임에도 불구하고 음식과 관련된 문제는 거의 없는 편입니다. 야채는 대부분 다른 전원에서 들여오는 편이라 귀하지만, 전원의 많은 사람들이 야채보다는 고기를 좋아해 그마저도 큰 문제는 아닙니다.
전원의 대표자는 달리 없습니다. 무언가 결정을 내릴 일이 생기면 전원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모여 투표를 하죠. 결과는 다수결로 결정되며, 투표 방식은 거수. 투표를 진행하는 자는 마을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이 됩니다. 그마저도 일이 자주 생기면 비슷한 나이대의 사람들이 돌아가면서 하게 되죠. 전원은 최대한 일을 모두에게 공평한 방식으로 처리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가축을 관리하는 사람들, 그리고 밀 농사를 짓는 사람들을 제한 나머지 사람들은 대체로 유리를 만드는 일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더운 사막에서 이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아궁이에 불을 피우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죠. 그리고 그들은 유리를 다루는 데에 있어 아주 훌륭한 전문가입니다. 유리로 못하는 게 없죠! 색을 입힌 유리도, 장미 모양으로 잘 피고 구부린 유리도, 단순하지만 튼튼해야 할 유리 창문도, 그들은 전부 만들 수 있습니다. 그들이 살고 있는 사막의 모래는 유리를 만들기 아주 좋은 모래거든요.
가끔 모래 바람이 심하게 불어와 시야를 어지럽히는 경우를 대비해, '멀리 보는 연습'을 하는 풍습이 있습니다. 전원의 사람들은 대부분 눈이 좋은 편인데, 그들은 타고나게 눈이 좋은 이유 중 하나로 저 멀리 보는 연습을 들기도 하죠. 그래서인지 5월 10일, 경전의 뜻에 따라 축제를 즐길 때에 가장 인기 있는 행사는 바로 활 쏘기 게임입니다. 누가 가장 멀리서 화살을 중앙에 가깝게 쏘아맞히는지를 겨루는 게임인데, 지금까지의 최고 기록은 이백 걸음이나 떨어진 곳에서 중앙을 쏘아맞힌 사람이라나 뭐라나! 어찌 되었든 이 활 쏘기 게임은 참가하는 자에게나, 보는 자에게나 모두 즐거움을 주는 전통 중 하나입니다.
아참, '멀리 보라'는 것은 전원의 사람들에게 단순히 말 그대로의 의미만을 가지지는 않습니다. 나이 든 사람들은 일을 서둘러 처리하려 하거나, 무리하는 젊은이들을 향해 말하곤 합니다. “멀리 보아라!” 그 때의 ‘멀리 보다’는 작은 일에 일비일희 하지 말고 천천히, 여유로운 마음으로 큰 그림을 그리며 살아가라는 의미입니다.
기타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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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세공의 달인 아버지와 쌍봉 낙타를 기르는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 영 보채지 않고, 울지도 않는 아이라서 오히려 밤잠을 설치게 했다고. 언제 오줌을 싸는지, 언제 배가 고픈지, 무슨 문제가 생겼는지도 알 수 없게 애가 모기 같은 소리로만 앵앵거리니 처음에는 무슨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했다. 말을 하고, 걸어다니기 시작하면서 의사 표현이 확실해지니 그제야 안심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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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시작하면서 낙타와 염소를 타기 시작했고, 아버지의 손을 잡고 유리 공방으로 가 종종 장미와 같이 세공된 유리를 만들곤 했다. 손재주가 썩 좋은 편은 아니라 아버지가 만드는 것처럼 세심하고 아름다운 장미는 만들지 못하지만 사르네는 그런 장미라도 좋았다. 사막에는 장미가 피는 일이 드물기 때문에 그런 장미라도 보고 있으면 꼭 꽃밭에 와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전원에는 없는 꽃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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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스쿨링은 대체로 부모님에게 받았다. 특히 독서는 어렸을 적, 잠들기 전 침대 맡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흥미를 붙였는데 그래서인지 집에서도 할 일이 없을 땐 책을 읽는 일이 잦았다. 종교를 배울 때는 신실하고, 산수 시간에는 가끔 졸지만 그래도 성실한 학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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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가장 좋아하는 건 역시 티티 할머니와 함께 ‘멀리 보는 연습’을 하는 시간이다. 통갈릭 근처에 앉아 염소와 양이 우는 소리를 들으며 사르네는 티티 할머니와 마을 곳곳을 살펴보곤 했다. 굴뚝에서 피어나는 연기와 흩날리는 재, 모래먼지가 쌓인 앞마당을 정리하는 사람들…. 전원에서 티티가 볼 수 없는 곳은 없었다. 아이는 원한다면 티티 할머니의 포근한 무릎 위에 앉아 어디든 바라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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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살이 된 이후부터는 마을 사람들이 어린 아이용 활을 만들어 5월 10일의 활 쏘기 게임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하였다. 처음 활을 받을 때 어찌나 좋아했는지, 팔에 근육도 제대로 잡히지 않았으면서 매일같이 활을 들고다니며 자세 잡는 법을 연습할 정도였다. 비록 첫 게임에서는 15걸음 떨어진 곳에서 중앙을 겨우 맞추었지만, 작년에는 무려 43 걸음이나 떨어진 곳에서 중앙을 맞췄다! 드물게 흥분한 얼굴로 방방 뛰며 좋아하는 아이를 얼싸안고 모두가 함께 기뻐했다. 어른들보다 활을 더 잘 쏘고 싶어 매일같이 운동과 체조를 열심히 한 것은 비밀이라 할 것도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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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10살까지 기도원의 입학 시험을 미루고 미룬 이유는, 부모님과 전원의 사람들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8살 때 ‘40 걸음 밖에서 중앙을 쏘아맞히기 전까지는 시험을 보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린 것도 그래서다. 마을 사람들도 모두 사르네를 사랑했기 때문에 10살이 되기 전까지는 사르네의 투정을 들어주려고 노력하였으나, 9살의 축제 날 결국 자신이 말한 기준을 넘어서면서 울며 겨자먹기로 시험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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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귀비 인장이 찍힌 편지를 처음 받았을 때, 유독 눈에 박힌 문구가 있다. ‘꽃이 만개한 3월 1일.’ 사르네가 사는 곳은 사막이라 3월 1일이 되더라도 꽃이 피지 않았고, 가끔 피어나는 석화 외에는 모두 사람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꽃이었기 때문에 그 문구가 유독 낯설었다. 기도원에 가면 꽃이 만개한 정원을 볼 수 있는 걸까? 유리로 만든 장미 말고 싱그럽게 피어난 장미를 볼 수 있는 걸까? 그런 걸 생각하면, 전원을 떠나는 것이 속상하다가도 괜히 마음이 설레는 것이다.